43일의 마비, 다시 열린 워싱턴

by 보스턴살아 posted Nov 13, 2025 Views 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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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상 최장 43일간 이어진 연방정부 셧다운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예산안 서명으로 종료되었으며, 이로 인해 연방 공무원 급여 중단, 공항 혼란, 푸드뱅크 대기행렬 등 국민 피해가 해소되었다. 그러나 강화된 건강보험 세액공제 연장 문제 등 핵심 정책 쟁점은 여전히 남아 정치적 분열과 협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이 2025년 11월 12일 수요일 워싱턴 백악관 오벌 오피스(Oval Office)에서 정부를 재개하기 위한 예산안 서명을 공개하고 있다. 

 

 

 

 

43일의 마비, 다시 열린 워싱턴

트럼프의 서명으로 미국 최장 셧다운 종료, 정치적 상처와 국민의 피로만 남겼다

 

 

 

 

 

미국 사상 최장인 43일 동안 이어진 연방정부 셧다운이 마침내 끝났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수요일 밤(현지시간) 정부 예산 법안에 서명하며 정부 기능을 정상화했다. 이번 셧다운으로 수십만 명의 연방 공무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했고, 공항에서는 여행객들이 발이 묶였으며, 각지의 푸드뱅크에는 생계를 유지하려는 사람들의 긴 줄이 이어졌다. 워싱턴은 정쟁의 상처만 깊어진 채 문을 다시 열었다.

 

이번 셧다운은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극심한 대립 속에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을 압박하기 위해 일부 정부 프로젝트를 취소하고 연방 공무원 해고를 시도하는 등 전례 없는 조치를 단행했다. 그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리며 내년 중간선거(Midterm Elections)에서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AP통신은 11월 12일 보도했다. “미국 국민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잊지 마십시오. 중간선거와 그 이후에도 민주당이 우리나라에 한 일을 잊지 마세요.”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 정부 예산안 서명…사상 최장 셧다운 종료 (AP통신)

 

 

 

법안 서명은 하원이 222대 209로, 상원이 이틀 전 가결한 예산안을 통과시킨 직후 이루어졌다. 민주당은 ‘오바마케어(Affordable Care Act)’를 통해 건강보험을 구매한 국민의 보험료 부담을 낮춰주는 세액공제 연장을 요구했지만, 공화당은 이를 별도의 정책 논의로 미루어야 한다며 맞섰다. 공화당 하원 세출위원장 톰 콜(Tom Cole) 의원은 “43일 전부터 정부 셧다운은 결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며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하원 토론장은 셧다운의 피로감으로 가득했다. 공화당은 민주당이 셧다운으로 인한 국민의 고통을 정책적 무기로 사용했다고 비판했고, 마이크 존슨(Mike Johnson) 하원의장은 “민주당은 고통을 알면서도 셧다운을 택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공화당이 부유층에 유리한 세금 감면을 밀어붙였으며, 한편 이번 예산안에서는 서민의 건강보험 지원을 외면했다고 보스턴 글로브(Boston Globe) 는 전했다. 짐 맥거번(Jim McGovern, 매사추세츠) 의원은 “이번 법안은 가족들을 불안정한 상황에 방치한 채, 서민의 의료비 지원에 대한 보장도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Hakeem Jeffries)는 “이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건강보험 세액공제 연장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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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소속 루이지애나(Louisiana) 주 하원 의장 마이크 존슨(Mike Johnson)이 2025년 11월 12일 수요일 워싱턴의 미국 국회의사당(U.S. Capitol) 사무실 밖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번 셧다운 종료 법안은 민주당 내 일부 상원의원이 공화당과 손을 잡으면서 마련된 타협의 결과물이다. 법안은 세 개의 연간 지출안을 포함하고, 나머지 정부 예산은 내년 1월 30일까지 연장된다. 공화당은 12월 중순까지 건강보험 보조금 연장안을 표결에 부치겠다고 약속했지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법안에는 셧다운 기간 트럼프 행정부가 단행한 공무원 해고를 취소하고, 내년 1월까지 추가 해고를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또한 공무원들은 셧다운 기간 받지 못한 급여를 소급해 지급받게 된다. 농무부 예산에는 저소득층 식량 지원 프로그램이 예산연도 내내 중단되지 않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의회 보안 강화를 위해 국회의원 보호 예산으로 2억 350만 달러, 대법관 경호 예산으로 2,800만 달러가 추가 배정됐다. 다만 법안에는 논란이 되는 조항도 포함됐다. 연방 기관이 의원의 전자기록을 무단으로 검색할 경우 의원이 최대 50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2020년 대선 뒤 트럼프의 패배를 뒤집으려던 시도를 조사하던 연방수사국(FBI)이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의 통화기록을 분석한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존슨 의장은 “그 조항이 막판에 끼워 넣어졌고, 매우 불쾌하다”며 “다음 주 중 표결에 부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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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델라웨어(Delaware) 주 하원의원 사라 맥브라이드(Sarah McBride, 가운데)가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Hakeem Jeffries, 왼쪽 끝)와 다른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정부 셧다운 종료 표결을 앞두고 국회의사당 하원 계단에서 건강보험 재정 시스템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이번 예산안의 핵심 쟁점은 ‘강화된 건강보험 세액공제(Enhanced Tax Credit)’였다. 이 제도는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기간에 도입되어 ‘오바마케어’ 시장을 통해 건강보험료를 낮춰주는 역할을 해왔다. 공화당의 톰 콜 의원은 “이건 보조금 위의 보조금이다. 코로나는 끝났다. 세액공제는 이미 종료 시점을 정해두었다”며 폐지를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낸시 펠로시(Nancy Pelosi, 캘리포니아)는 “세액공제는 더 많은 국민이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며, 단 한 명의 공화당 의원도 찬성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공화당은 의료 접근성을 줄이려 할 뿐이며, 국민은 그들의 진짜 의도를 깨닫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강화된 세액공제가 종료되면 건강보험료가 평균 두 배 이상 오르고, 약 200만 명의 미국인이 내년 중 보험을 잃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상원은 여전히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보험료 급등을 막기 위해 세액공제 연장에 긍정적 입장을 보이면서도, 수혜자 소득 상한선과 같은 제한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상원 세출위원장 수전 콜린스(Susan Collins, 메인주) 의원은 “세액공제 연장을 지지하지만, 새로운 소득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민주당 의원들도 조건부 협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하원 민주당의 로사 델라우로(Rosa DeLauro, 코네티컷) 의원은 “공화당은 지난 15년간 ‘오바마케어’를 폐지하려 했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43일의 마비는 끝났지만, 미국 정치의 교착 상태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셧다운의 문은 닫혔고 정부의 문은 다시 열렸지만, 타협과 신뢰의 문은 아직 굳게 잠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