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을 구한 세일럼 시민들, 정부 셧다운 속 48시간 만의 기적

by 보스턴살아 posted Oct 2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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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럼 시민들과 지역 단체들은 정부 셧다운으로 폐쇄된 국립공원 방문자센터를 단 48시간 만에 모금으로 재개장시켰다. 이로써 할로윈 축제 기간 동안 관광객들은 안내와 공공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시민들의 연대가 도시의 명성을 지켰다. 왼쪽부터: 에식스 국립유산위원회(Essex National Heritage Commission) 최고경영자 애니 해리스(Annie Harris)와 데스티네이션 세일럼(Destination Salem) 전무이사 애슐리 저지(Ashley Judge)가 방문자센터에서.

 

 

 

할로윈을 지켜낸 시민들의 기적,

단 48시간 만에 문을 연 세일럼 방문자센터

폐쇄된 국립공원 방문자센터, 지역 단체와 주민 모금으로 긴급 재개장

 

 

 

 

미국 매사추세츠주 세일럼(Salem)이 정부 셧다운으로 문을 닫았던 국립공원관리청(National Park Service·NPS) 방문자센터를 시민과 지역 단체의 힘으로 다시 열었다. ‘마녀 도시(Witch City)’로 불리는 세일럼은 매년 10월 할로윈 축제 시즌에 100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몰리는 명소다.

 

이번 조치는 10월 1일 정부 셧다운으로 세일럼 도심의 아모리 리저널 방문자센터(Armory Regional Visitor Center)가 폐쇄된 지 이틀 만에 이뤄졌다. 이 센터는 관광 안내뿐 아니라 도심 내 대표적인 공공 화장실로도 널리 이용돼 왔다.

 

에식스 국립유산위원회(Essex National Heritage Commission)의 최고경영자 애니 해리스(Annie Harris)는 “이곳은 세일럼에서 가장 깨끗하고 접근성이 좋은 화장실이 있어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라며 “임시 화장실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시설”이라고 말했다. WBUR 10월 21일 보도에 따르면, 해리스는 셧다운 사태가 다가오자 센터를 지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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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럼의 국립공원관리청 아모리 리저널 방문자센터(Armory Regional Visitor Center) 밖에 늘어선 이동식 화장실(포타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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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럼의 국립공원관리청 아모리 리저널 방문자센터(Armory Regional Visitor Center) 내부.

 

 

 

세일럼의 상주 인구는 약 4만5천 명이지만, 할로이 열리는 10월 한 달 동안 방문객 수는 100만 명에 이른다. 해리스는 “이 시기는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로 들뜨지만, 동시에 관광 수요가 폭증해 매우 긴장되는 시기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해리스는 세일럼 해양국립사적지(Salem Maritime National Historic Site)의 관리자 제니퍼 하딘(Jennifer Hardin)과 협의한 끝에, 지역사회가 한 달간의 운영비를 부담하면 방문자센터 재개장이 가능하다는 답을 얻었다. 필요 금액은 약 1만6천~1만8천 달러(USD)였다. 해리스는 즉시 세일럼 시장 도미닉 팡갈로(Dominick Pangallo)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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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럼 시장 도미닉 팡갈로(Dominick Pangallo), 세일럼 시청에서.

 

 

팡갈로 시장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전 셧다운 때는 자원봉사자들이 거리에서 임시 안내소를 운영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며 “세일럼의 역사는 국립공원관리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립공원 시설이 닫히면 세일럼의 해양사, 독립전쟁, 항해 시대의 역사 등 중요한 이야기를 전할 수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후 시 정부는 에식스 위원회, 국립공원관리청, 그리고 기념품점을 운영하는 이스턴 내셔널(Eastern National)과 협약을 체결하고 민간 모금에 나섰다. 데스티네이션 세일럼(Destination Salem)의 전무이사 애슐리 저지(Ashley Judge)가 주도적으로 지역 단체에 후원을 요청했다. 저지는 “10월은 세일럼의 생명줄과 같은 시기”라며 “관광객에게 불쾌한 경험을 주어선 안 된다. ‘화장실 없는 해’로 기억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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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럼 마녀박물관(Salem Witch Museum) 전무이사 티나 조던(Tina Jordan), 박물관 간판 옆에 서 있다.

 

 

 

가장 먼저 응답한 곳은 세일럼 마녀박물관(Salem Witch Museum)이었다. 전무이사 티나 조던(Tina Jordan)은 즉시 CEO 비프 미쇼드(Biff Michaud)에게 연락했고, 그는 8,000달러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피바디 에식스 박물관(Peabody Essex Museum), 세일럼 왁스 뮤지엄(Salem Wax Museum), 크리에이티브 컬렉티브(Creative Collective) 등 지역 기관들이 잇따라 동참했다.

 

결국 단 48시간 만에 1만8천 달러가 모금되며 방문자센터는 다시 문을 열 수 있었다. 조던은 “세일럼은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공동체”라며 “위기 때마다 시민들이 힘을 합치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모금으로 마련된 운영비는 11월 2일 할로윈 주말 이후 소진될 예정이다. 조던은 “세일럼 시민 중에는 국립공원관리청에서 일하는 이들도 많다”며 “그들의 생계가 걸려 있는 만큼 셧다운이 조속히 끝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정부의 문이 닫혀도 세일럼 시민들은 멈추지 않았다. 할로의 도시를 지켜낸 것은 결국 주민들의 연대와 책임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