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이 바랜다, 미국 전역 가뭄으로 단풍 조기 낙엽과 색감 약화

by 보스턴살아 posted Oct 1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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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국 전역의 단풍 시즌은 가뭄으로 인해 색감이 옅어지고 낙엽이 일찍 떨어지면서 짧고 덜 화려하게 나타났지만, 관광객과 자연 애호가들은 여전히 가을 풍경을 즐기고 있다. 2025년 10월 8일 수요일, 뉴햄프셔(Franconia) 프랑코니아 노치 주립공원(Franconia Notch State Park)에서 단풍으로 인기 있는 명소인 아티스트 블러프(Artists Bluff)에서 바라본 풍경.

 

 

 

 

가을빛이 바랜다,

미국 전역 가뭄으로 단풍 조기 낙엽과 색감 약화

뉴잉글랜드부터 로키산맥까지, 가뭄이 만든 ‘짧고 덜 화려한’ 리프 피핑 시즌

 

 

 

 

 

미국 북동부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단풍놀이(Leaf-peeping) 시즌이 찾아왔지만, 몇 주째 이어진 가뭄으로 인해 올해 가을의 색채가 한층 옅어지고 낙엽이 예년보다 일찍 떨어지고 있다.

 

단풍 감상은 미국 뉴잉글랜드(New England) 지역을 비롯해 콜로라도 로키산맥(Rocky Mountains of Colorado), 테네시(Tennessee)와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의 그레이트 스모키 산맥(Great Smoky Mountains), 그리고 미시간(Michigan) 북부의 어퍼 페닌슐라(Upper Peninsula) 등에서 매년 가을을 대표하는 전통이다. WBUR 10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낮이 짧아지고 기온이 떨어지면 잎 속의 엽록소가 분해되며 노랑, 주황, 빨강 등 다채로운 색으로 변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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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7일 화요일, 뉴햄프셔(Auburn) 시 외곽 도로를 따라 해돋이와 함께 단풍으로 물든 들판 위에 아침 안개가 내려앉은 모습.

 

 

 

가뭄이 만든 ‘짧은 가을’

 

여름과 가을의 건조한 날씨는 단풍 색을 약화시키는 주된 원인이다. 물이 부족하면 잎이 갈색으로 변하고 일찍 떨어진다. 미국 가뭄 모니터(U.S. Drought Monitor)에 따르면, 10월 초 현재 미국의 40% 이상이 가뭄 상태에 놓여 있으며, 이는 평년의 두 배 수준이다.

 

미국 농무부(USDA) 기상학자이자 가뭄 모니터 보고서 공동 저자인 브래드 리피(Brad Rippey)는 “특히 북동부와 서부 지역이 큰 피해를 입었다”며 “올해 단풍 시즌은 짧고 색감이 약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 언덕에서는 평소처럼 화려한 색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색은 줄었지만, 사람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자연 애호가들은 여전히 올해 가을을 즐길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한다. 네이처 컨서번시(The Nature Conservancy) 매사추세츠 지부의 수석 생태학자 앤디 핀튼(Andy Finton)은 “기후 변화로 폭염과 이상기후가 숲을 압박하고 있지만, 뉴잉글랜드의 가을은 여전히 경이로운 시기”라며 “우리 숲은 본질적으로 회복력이 크다. 가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름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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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7일 화요일, 뉴햄프셔(Chester)에서 사냥철을 대비해 보호용 형광 의류를 착용한 한 부부가 새벽에 산책을 즐기고 있으며, 멀리 있는 나무들이 가을 단풍으로 물들고 있다.

 

 

관광업계 역시 단풍 시즌의 탄탄한 수요를 증명하고 있다. 뉴햄프셔(New Hampshire) 주 메리디스(Meredith)의 밀스 폴스 리조트 콜렉션 앳 더 레이크(Mills Falls Resort Collection at the Lake) 총지배인 바버라 벡위스(Barbara Beckwith)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주말 예약은 10월 중순까지 이미 꽉 찼다”며 “캐나다 관광객은 줄었지만 뉴잉글랜드 내 국내 여행객이 그 빈자리를 채웠다”고 밝혔다.

 

그녀는 “작년에는 대선 때문에 여행 심리가 위축됐지만, 올해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사라지며 예약률이 오히려 상승했다”며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운트 워싱턴 밸리 상공회의소(Mount Washington Valley Chamber of Commerce)의 전무이사 크리스 프룰(Chris Proulx)도 “올여름부터 이어진 캐나다 관광객 감소세가 가을까지 약 80% 수준으로 이어졌지만, 다른 지역과 해외 여행객이 이를 보완하고 있다”며 “단풍 시즌은 미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에서 미리 일정을 계획하고 찾아오는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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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7일 화요일, 뉴햄프셔(Auburn) 시 외곽 도로를 따라 단풍나무 잎이 해돋이와 함께 가을색으로 물들고 있는 모습.

 

 

로키산맥의 바랜 단풍빛

 

한편 콜로라도(Colorado) 로키산맥에서는 단풍 관광이 지나치게 성행해 일부 도시는 교통 체증을 완화하기 위해 고속도로 진출로를 일시 폐쇄하기도 했다. 산을 수놓은 노란색 아스펜(Aspen)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여전히 장관이었지만, 주 중부 지역에는 봄 가뭄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콜로라도 산림청(Colorado State Forest Service)의 곤충학자 댄 웨스트(Dan West)는 “나무가 수분 부족으로 조기 생리 활동을 멈추면서 잎이 충분히 붉거나 보랏빛으로 변하기도 전에 떨어지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바랜 듯한 단풍빛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덴버(Denver)의 수목관리사 마이클 선드버그(Michael Sundberg) 역시 “올해는 평년보다 단풍 색이 덜 선명하고, 가을이 유난히 빨리 찾아온 느낌”이라며 “산악 지역과 덴버가 동시에 절정기를 맞는 것은 드문 일이다. 평소라면 10월 말쯤 절정인데 올해는 훨씬 빠르다”고 말했다.

 

짧고 색이 옅어진 올해의 단풍 시즌은 기후 변화와 가뭄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은 자연이 선사하는 한순간의 색 향연을 보기 위해 숲으로 향하고 있다. 단풍은 줄었지만, 사람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미국의 가을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잠시 멈춤’의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