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햄프셔(New Hampshire)주는 환자가 불임 수술(Sterilization)을 원할 경우 의사와 의료진이 반드시 이를 존중하도록 의무화하는 미국 최초의 법을 제정했다. 이번 법은 환자의 생식 건강권을 보장하고 의사가 개인적인 신념으로 치료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며, 특히 불임 수술을 원하는 여성들의 반복적인 거부 사례를 막는 데 목적이 있다.
뉴햄프셔, 미국 최초로 ‘환자 요구에 따른 불임 수술 보장’ 법제화
환자의 생식 건강권 보호…“의사의 개인 신념으로 치료 거부 불가”
미국 뉴햄프셔(New Hampshire)주가 환자가 불임 수술(sterilization)을 원할 경우 의사와 의료진이 반드시 이를 존중하도록 법으로 의무화한 최초의 주가 됐다. 이 법은 특히 의료적으로 불임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의 권리를 명확히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WBUR 7월 25일 보도에 따르면, 이번 법안은 켈리 아요트(Kelly Ayotte) 주지사가 이달 초 서명하면서 공식 발효됐다.
법안의 주요 발의자인 엘렌 리드(Ellen Read) 주 하원의원은 “이 법의 핵심은 의사가 환자의 개인적인 생식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치료를 거부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자발적인 불임 수술이 합법이지만, 일부 의사와 의료 제공자들은 특히 가임기 여성의 불임 수술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리드 의원 역시 이러한 문제를 직접 경험했다. 그녀는 26세 때 다낭성 난소 증후군(Polycystic Ovarian Syndrome, PCOS) 진단을 받았다. 이 질환은 무월경, 장기적인 생리 불순, 난임, 난소 낭종뿐 아니라 인슐린 저항성까지 유발할 수 있다. 리드 의원은 비정상적으로 많은 출혈을 동반한 극심한 생리통으로 고통받았다.

미국에서는 자발적인 불임 수술이 합법이지만 일부 의사들은 특히 가임기 여성에게 이를 꺼려하며, 엘렌 리드는 26세에 다낭성 난소 증후군(PCOS) 진단을 받고 극심한 생리통과 과도한 출혈로 고통받으며 같은 문제를 직접 겪었다.(참고사진)
여기서 불임 치료와 불임 수술의 차이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불임 치료(Infertility Treatment)는 임신이 되도록 돕는 치료로, 시험관 아기 시술(IVF)이나 인공수정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불임 수술(Sterilization)은 임신이 되지 않도록 하는 수술로, 남성의 경우 정관 수술(vasectomy), 여성은 난관 결찰술(tubal ligation) 등이 있다. 간단히 정리하면, 불임 치료는 아이를 갖기 위한 치료이고, 불임 수술은 아이를 갖지 않기 위한 수술이다.
하지만 당시 의사들은 그녀가 미래에 아이를 가질 가능성을 이유로 자궁적출술(hysterectomy)을 연기하라고 권고했다. 리드 의원의 남편은 이미 정관수술(vasectomy)을 받은 상태였고, 두 사람 모두 자녀를 갖지 않겠다고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의사는 “혹시 미래에 재혼해 새로운 배우자와 친자녀를 원할 경우를 생각해보라”고 말했다고 한다.
리드 의원은 “내 건강보다 결코 만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가상의 남성의 생식적 욕구가 더 중요한 것처럼 보였다”며 “여러 명의 의사들이 내 건강 상태가 악화되는 동안에도 자궁적출술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한때 1년 내내 매일 출혈이 이어지는 심각한 상황을 겪기도 했다.
결국 38세가 되어서야 의사로부터 자궁적출술 승인을 받을 수 있었던 리드 의원은 “그때 수술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인생 최고의 결정 중 하나였다”며 “하지만 과거의 반복된 거부 경험은 매우 가부장적이고 무시당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지지 그룹을 통해 이 문제가 얼마나 광범위한지 깨달은 리드 의원은 법안 발의에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됐다. NPR 보도에 따르면, 2022년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례가 폐지된 이후 자발적 불임 수술을 원하는 사람들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드 의원은 “같은 경험을 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이번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리드 의원은 뉴햄프셔주 내 산부인과 병동과 출산센터가 잇따라 폐쇄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 입안자들이 단순히 출산 지원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더 폭넓은 모성 건강 요구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임신과 출산 이외에도 환자들이 필요한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법안의 통과로 뉴햄프셔주는 환자의 생식 건강권 보장과 의료 자율성 확대에 있어 미국 내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환자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이번 조치가 다른 주로도 확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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