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변호사 부족이 만든 보스턴 ‘정의의 구멍’

by 보스턴살아 posted Jul 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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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추세츠 보스턴에서 공공변호사 부족으로 인해 120건 이상의 형사 사건이 변호인 없이 기각되면서 사법 공백과 공공안전 위협이 심화되고 있다. 이는 낮은 임금 문제로 인한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구조적 해결 없이는 유사 사태가 계속될 전망이다. 보스턴 지방법원(Boston Municipal Court).

 

 

 

 

 

공공변호사 부족이 만든 보스턴 ‘정의의 구멍’

 

공공변호사 임금 분쟁에 재판 차질…중범죄 사건도 무더기 기각

 

 

 

 

 

매사추세츠(Massachusetts)에서 공공변호사 부족 사태가 심화되면서, 7월 23일 보스턴 지방법원(Boston Municipal Court)에서 120건이 넘는 형사 사건이 무더기로 기각됐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단순 절도나 마약 소지, 교통법 위반 같은 경범죄가 대부분이었지만, 일부 사건에는 가정폭력과 경찰관 폭행 등 중범죄 혐의도 포함돼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날 수석판사 트레이시 리 라이언스(Tracy-Lee Lyons)는 ‘라발리(Lavallee) 프로토콜’을 근거로 사건을 차례차례 기각했다. 이 판례는 피고인이 45일 이상 변호인을 배정받지 못하면 사건을 기각하고, 구금된 피고인이 7일 이상 법률 대리인을 갖지 못할 경우 석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피고인들은 대부분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으며, 벌금과 수수료도 함께 면제됐다.

 

기각된 사건 중에는 임신한 여자친구를 폭행한 남성, 전 연인을 목 졸라 살해하겠다고 협박한 남성, 경찰을 폭행하고 총으로 위협한 피고인 등이 포함됐다. 이처럼 피해자가 명확하고 범죄의 성격이 중대한 사건까지 포함돼 사법 시스템의 신뢰성과 공공안전이 동시에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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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지방법원 수석판사 트레이시 리 라이언스(Tracy-Lee Lyons)는 변호사 임금 문제로 인해 피고인들이 공공변호인을 배정받지 못하자 7월 23일 120건 이상의 사건을 기각했다. 공공변호사 임금 문제는 미국 전역에서 계속되고 있는 중요한 이슈다.

 

 

 

서퍽 카운티(Suffolk County) 지방검찰청은 즉각 반발했다. 대변인 제임스 보르게사니(James Borghesani)는 AP통신 7월 23일 보도에서 “오늘의 대규모 기각 조치는 공공안전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며, 앞으로 수일 내 더 많은 사건이 같은 처지에 놓일 것”이라고 경고하며, “모든 사건을 다시 기소할 계획이며, 피해자 및 유족들과도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공공변호사 임금 문제에 있다. 매사추세츠 공공변호사들은 뉴잉글랜드(New England) 지역 내 가장 낮은 보수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 5월 말부터 새로운 사건을 수임하지 않는 ‘업무 중단’에 들어갔다. 현재 공공변호사국은 지역 법원 변호사의 시간당 수당을 65달러에서 73달러로, 고등법원은 85달러에서 105달러로, 살인 사건을 담당하는 경우는 120달러에서 150달러로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모라 힐리(Maura Healey) 주지사가 이달 초 서명한 2026 회계연도 예산(6,090억 달러 규모)에는 해당 인상안이 포함되지 않았다.

 

힐리 주지사는 같은 날 폴리버(Fall River)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는 공공안전의 문제일 뿐 아니라 절차적 정의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법정에는 변호인이 필요하고, 그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 당사자 간 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매사추세츠만의 문제가 아니다. 뉴욕시(New York City)에서는 법률구조공단 변호사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위스콘신(Wisconsin)은 최근 두 해 연속으로 공공변호사 급여를 인상하는 예산을 통과시켰다. 미네소타(Minnesota)는 2022년 공공변호사 파업 위기를 겨우 피한 뒤, 다음 해 주의회가 예산을 확대했다. 오리건(Oregon)의 경우는 현재 3,500명에 달하는 피고인이 공공변호인을 배정받지 못한 상태이며, 이 중 140명 이상은 일주일 넘게 구금된 상태다.

 

보스턴대학교 법학부 강사이자 매사추세츠 형사변호사협회(Massachusetts Association of Criminal Defense Lawyers) 전 회장인 시라 다이너(Shira Diner)는 AP와의 인터뷰에서 “오늘의 기각 결정은 헌법적 권리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수단일 뿐, 구조적 해답은 아니다”며 “변호사의 수가 충분하지 않으면, 사법 시스템은 계속해서 붕괴 위기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번 기각 사태는 법정에 선 피고인뿐 아니라 피해자와 지역사회 모두에게 정의가 멀어지는 현실을 보여준다. 현재의 공공변호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 없이는 유사한 사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가 더 이상 가정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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