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 폐점한 ‘데일리 테이블’ - 비영리 식료품점의 위기, 커지는 지역사회 충격

by 보스톤살아 posted May 1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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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식료품점 데일리 테이블(Daily Table)이 식료품 가격 상승과 기부·보조금 감소로 돌연 폐업하면서, 도체스터(Dorchester)·락스버리(Roxbury)·케임브리지(Cambridge)·세일럼(Salem) 등 저소득 지역 주민들이 건강한 식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중요한 사회적 기반을 잃었다.

 

 

 

 

 

돌연 폐점한 ‘데일리 테이블’

- 비영리 식료품점의 위기, 커지는 지역사회 충격

 

도체스터·락스버리·케임브리지·세일럼 주민들, 저렴한 건강식품 공급처 잃어

 

 

 

 

 

보스턴(Boston)의 대표적인 비영리 식료품점 ‘데일리 테이블(Daily Table)’이 지난 주말 갑작스럽게 모든 매장의 운영을 중단하면서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도체스터(Dorchester), 락스버리(Roxbury), 케임브리지(Cambridge), 세일럼(Salem) 등 네 곳의 매장이 동시에 문을 닫았고, 다섯 번째 매장이었던 매타팬(Mattapan) 지점은 이미 지난 1월에 폐점한 바 있다. 이로 인해 해당 지역 주민들은 저렴한 가격에 건강한 식품과 즉석 조리식을 구입할 수 있는 주요 공급처를 갑작스럽게 잃게 됐다.

 

데일리 테이블은 일반 식료품점에서는 외면받는, 겉모양이 완벽하지 않거나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들을 수거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해왔다. 은퇴자, 메디케이드(Medicaid) 수급자, 저소득 가정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에게 영양가 있는 식품을 제공하는 것이 설립 목적이었다. 이 식료품점은 단순한 판매점이 아니라,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식생활을 뒷받침해온 사회적 기반이었다. 데일리 테이블의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무려 26만 명 이상의 고객이 매장을 이용했으며, 이는 전년도보다 24% 증가한 수치다.

 

WBUR의 2025년 5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도체스터 주민 로버트 맥이처른(Robert MacEachern)은 그중 한 명이었다. 49세의 묘지 관리자이며 자가용이 없는 그는 평소 일주일에 한두 번 매장을 걸어서 방문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실직 상태였지만, 데일리 테이블 덕분에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가격에 대한 걱정 없이 식재료를 고를 수 있어서 요리할 때 더 많은 시도를 해볼 수 있었다”며 “파, 고추, 양파, 다양한 종류의 스쿼시처럼 예전에는 몰랐던 식재료들을 데일리 테이블 덕분에 접할 수 있었다. 폐점 소식에 정말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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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테이블(Daily Table)의 갑작스러운 폐점은 식료품 접근성이 낮은 지역의 취약계층에게 큰 타격을 주었으며,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이러한 비영리 식료품점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 체계 마련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데일리 테이블의 설립에 핵심 역할을 한 빌 왈착(Bill Walczak)은 식료품점이 처음 문을 연 10년 전부터 이사회에서 활동해왔다. 그는 도체스터의 코드맨 스퀘어(Codman Square)에 있는 코드맨 스퀘어 보건소(Codman Square Health Center)의 공동 창립자이자 전 CEO이기도 하다. 해당 보건소는 데일리 테이블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이번 폐업 소식을 전하며 왈착은 “이렇게 갑작스럽게 모든 매장이 문을 닫게 된 것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왈착은 식료품 가격 상승이 운영에 큰 타격을 주었다고 밝혔다. 데일리 테이블이 확보하는 식품 중 약 30%는 기부를 통해 조달되었고, 나머지 70%는 시장에서 구매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고 심하게 변동하면서 이러한 방식의 운영이 점점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기부 물량도 줄었고, 주정부 보조금 확보에도 실패했으며, 최근에는 연방정부의 보충 영양지원 프로그램(SNAP: Supplemental Nutrition Assistance Program) 자금도 끊긴 사실이 밝혀졌다. 이 같은 연속된 재정 악화가 결국 폐업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왈착은 “저소득 지역에서 저가 식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비영리 식료품점이 지속 가능하려면, 정부와 민간이 함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방정부가 지역 보건소에 자금을 지원하듯, 건강한 식품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서도 식료품점이 운영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 부담은 결국 건강보험과 의료 체계로 전가될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데일리 테이블의 폐업은 단순한 식료품점의 종료를 넘어선다. 이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주민들에게 음식과 건강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사회적 안전망이 사라졌다는 의미다. 갑작스럽게 사라진 이 공간은 단순한 쇼핑 장소가 아닌, 수많은 사람들의 식탁과 삶을 지탱해온 기반이었기에 지역사회는 여전히 혼란과 상실감을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