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대이민 단속, 다시 시작된 ‘공포의 한 주’

by 보스톤살아 posted May 12, 202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41219-nbc-ice-mb-1453-6c9b72.jpg

보스턴 지역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대규모 단속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에 따라 이민자 커뮤니티 전반에 공포와 혼란이 퍼지고 있다.

 

 

 

 

 

보스턴 대이민 단속, 다시 시작된 ‘공포의 한 주’

 

트럼프 재집권 이후 이민세관단속국(ICE) 활동 급증… 체포·시위·혼란 잇따라

 

 

 

 

 

보스턴 대도시권(Greater Boston)에서 최근 이민자 단속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매사추세츠 전역의 이민자 권리 단체들이 밝힌 바에 따르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활동이 지난 일주일간 눈에 띄게 강화되었고, 지역 사회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공영 라디오 WBUR의 2025년 5월 11일 보도에 따르면, LUCE 이민자 정의 네트워크(LUCE Immigrant Justice Network of Massachusetts)에서 핫라인 업무를 맡고 있는 자원봉사자 대니 팀포나(Danny Timpona)는 “이번 주에만 300건 이상의 신고 전화를 받았다”며 “계속해서 증가 추세”라고 말했다. 해당 핫라인은 지난 일요일부터 폭주하기 시작했으며, 첫 신고는 월섬(Waltham)에서 연방 요원이 체포 작전을 벌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와터타운(Watertown), 로웰(Lowell), 로렌스(Lawrence), 린(Lynn), 이스트보스턴(East Boston), 첼시(Chelsea) 등 여러 지역에서 연쇄적인 체포 작전이 벌어지고 있음이 드러났다. 리스트는 에버렛(Everett), 스프링필드(Springfield), 우스터(Worcester), 뉴베드퍼드(New Bedford), 밀포드(Milford), 프레이밍햄(Framingham)까지 확대되었다.

 

한 주 내내 SNS에는 ICE 요원들의 단속 장면을 담은 영상들이 쏟아졌다. 공영 라디오 WBUR은 지난 월요일 뉴턴(Newton)과 와터타운 경계에서 벌어진 폭력적인 체포 사건을 보도했다. 목요일에는 우스터에서 브라질 여성의 체포에 항의하는 지역 주민들의 시위가 벌어졌고, 우스터 경찰이 출동해 시위 참가자 2명을 체포했다. 이 여파는 주말까지 이어져 액턴(Acton)에서도 대치 상황이 발생했고, 프레이밍햄에서는 항의 시위가 벌어졌으며, 일요일에는 다시 우스터에서 대규모 집회가 예정되었다.

 

팀포나는 이번 주 단속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작전의 규모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그 자체가 무섭다”며, “우리 이웃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는데도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투명성, 적법 절차, 인권 그 무엇도 보장되지 않는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LUCE 핫라인은 잘못된 단속 정보의 확산을 막고 실제 단속이 있을 때 지역 단체에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올해 초 개설됐다. 이 핫라인은 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아이티 크레올어, 중국어를 구사하는 자원봉사자들이 매일 오전 5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하고 있다.

 

 

0326_ice-flier01-1000x667.jpg

서머빌(Somerville)의 전봇대에 붙어 있는 LUCE 이민자 정의 네트워크의 긴급 핫라인 전단.

 

scrnli_3ni86q5lyuT839.jpg

LUCE 이민자 정의 네트워크 공식 웹사이트는 매사추세츠 내 이민자 권리 보호와 ICE 단속 대응을 위한 정보, 리소스,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lucemass.org)

 

 

 

이번 단속 강화는 과거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대통령 재임 시절 벌였던 강경 이민 단속을 떠올리게 한다. 트럼프가 재집권한 직후, 국경 단속을 총괄하는 톰 호먼(Tom Homan)은 “보스턴에 지옥을 가져오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6일간의 작전에서 ICE는 보스턴 지역에서 370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LUCE와 협력 중인 아시아태평양계 시민행동네트워크(Asian Pacific Islanders Civic Action Network)의 자야 사비타(Jaya Savita)는 이번 사태를 “호먼 작전의 2라운드”로 표현하며, “3월에 경험한 것도 끔찍했지만 이번에는 더욱 공격적인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그녀는 “이건 도시와 주 전체를 겨냥한 공격”이라고 강조했다.

 

ICE는 이번 주 뉴턴에서 체포된 남성 2명의 사건에 대해 WBUR의 수차례 문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체포된 운전자 키엔더 로페스-로페스(Kiender Lopez-Lopez)는 과거 가정 폭력 및 판사의 보호 명령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으며, 두 사건 모두에서 유죄에 준하는 사실을 인정했지만 형을 선고받지는 않았다.

 

다만 ICE는 우스터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국토안보부(DHS) 대변인 트리샤 맥러플린(Tricia McLaughlin)은 성명을 통해 “ICE의 작전 대상은 위험한 범죄 전력이 있는 불법체류자였다”며 “그는 위험한 무기로의 폭행과 임산부 폭행 혐의로 지역 경찰에 체포된 바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녀는 시위 현장에 나타난 우스터 시의원 에텔 핫시아이(Etel Haxhiaj)에 대해 “정치적 행위로 혼란을 조장하고 법 집행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WBUR는 핫시아이 의원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핫시아이는 어떤 혐의도 받지 않았지만, 우스터 카운티 검찰은 시위 참가자 애슐리 스프링(Ashley Spring)을 경찰 폭행, 공무집행 방해, 무질서 행위, 위험한 무기로의 폭행 등 4가지 혐의로 기소했다. 스프링은 무죄를 주장했으며 6월 23일 다시 법정에 출두할 예정이다.

 

우스터 경찰은 ICE와의 공조로 인해 지역 사회 일부로부터 비판을 받았으며, 이는 도시의 ‘이민 단속 협조 제한 정책’과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우스터 경찰 노조는 성명을 통해 “우리 경찰관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부당하게 비난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진보 성향의 단체들은 ICE가 현행 법 집행 기준이나 공개 의무 없이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보수 활동가 루 머레이(Lou Murray)는 “ICE는 미국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주도하는 ‘보스턴 반피난도시 시민연합(Bostonians Against Sanctuary Cities)’을 통해 “보스턴의 거리에는 강간범, 아동 성범죄자, 중범죄자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며 “ICE는 그들을 검거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ICE 보스턴 지부의 공식 계정에는 체포된 사람들의 전과가 게시되어 있다.

 

그러나 ICE의 자체 통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체포는 범죄 혐의가 아닌 이민 관련 사안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 수치는 2024년까지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한다. 민주당 대통령들도 불법 이민 단속을 강화했던 전례가 있으며, ICE의 기록에 따르면 추방 건수는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절에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머레이는 “지금은 트럼프가 단속을 벌이기 때문에 더 많은 언론 보도와 비판이 따르고 있다”며 “이중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민 전문 변호사들은 이번 단속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그 '노골적인 방식'이라고 입을 모은다. 단지 시민권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누구든지 잠재적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가 지역 사회를 덮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