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와 올스턴, 냉랭했던 사이에서 협력의 동반자로

by 보스톤살아 posted May 0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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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학교(Harvard University)는 과거 갈등을 겪던 올스턴(Allston) 지역과의 관계를 개선하며, 향후 10년간 상호 협력을 바탕으로 한 개발 계획에 합의함으로써 공동체와의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2017년 3월 7일, 올스턴에 위치한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베이커 도서관.

 

 

 

 

 

하버드와 올스턴, 냉랭했던 사이에서 협력의 동반자로

 

개발 논쟁 속 신뢰 쌓은 10년 계획… “이젠 서로 이해하는 관계”

 

 

 

 

 

하버드대학교(Harvard University)가 올스턴(Allston) 지역과 향후 10년간의 개발 계획에 합의함에 따라, 오랜 갈등 관계에 중대한 전환점이 마련됐다. 연방정부와의 예산 문제로 압박을 받는 가운데, 과거 지역 개발의 ‘침입자’로 여겨졌던 하버드는 이제 올스턴 주민과 점차 신뢰를 쌓아가는 모습이다.

 

지난 3월, 하버드와 올스턴 주민들로 구성된 '하버드-올스턴 태스크포스(Harvard Allston Task Force)'는 2035년까지의 개발 방향을 담은 두 번째 ‘기관 종합 개발 계획(Institutional Master Plan)’을 타결했다. 계획안은 향후 10년간 올스턴 내에서 기관 주도의 개발을 최소화하고, 총 여섯 개 프로젝트만 시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다만 지역 주민들이 요구했던 저소득층 주택과 커뮤니티 센터 건립은 최종안에서 제외돼 아쉬움을 남겼다.

 

WBUR의 2025년 5월 9일 보도에 따르면, 태스크포스 회장 토니 디시도로(Tony D’Isidoro)는 “과거처럼 전적으로 신뢰하진 않지만, 하버드가 훨씬 더 투명하고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른 지역 주민들이 우리를 부러워한다. 그들에겐 하버드 같은 대학이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버드의 올스턴 진출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하버드 스타디움과 경영대학원 캠퍼스는 100여 년 전부터 올스턴에 위치했지만, 본격적인 확장은 1989년 보스턴 개발업체 비얼 컴퍼니(Beal Companies)를 통한 토지 매입으로 시작됐다. 하버드가 매입의 실제 주체였음이 뒤늦게 밝혀지며 지역 사회는 깊은 불신을 품게 되었고, 이에 따라 당시 토머스 메니노(Thomas Menino) 시장은 2006년 태스크포스를 발족시켰다.

 

이후 2013년에는 첫 번째 종합 계획이 수립됐고,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하버드 에드 포털(Harvard Ed Portal)’은 커뮤니티 공간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계획에 포함됐던 배리스 코너(Barry’s Corner)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활성화되지 못했다. 현재 하버드는 산업 철도 부지를 연구·상업·주거 공간으로 전환하는 ‘엔터프라이즈 리서치 캠퍼스(Enterprise Research Campus)’ 개발을 추진 중이며, 여기에 '아메리칸 레퍼토리 시어터(American Repertory Theater)'의 새로운 공연장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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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하버드와 예일 간의 미식축구 경기를 앞두고 하버드 스타디움 밖에 모인 테일게이터들, 차량 트렁크를 열고 음식을 나누며 응원 준비를 하던 사람들.

 

 

 

디시도로는 이 과정을 통해 “하버드와 태스크포스 간에 상호 존중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성원 신디 마샨도(Cindy Marchando)는 “서로의 관점을 이해하면서 아름다운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전했다. 다만 예술지구 조성이나 추가 주택 확보 등 일부 주민들의 요구는 이번 계획에 반영되지 않아, 하버드의 공공적 역할 확대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남아 있다.

 

올스턴은 보스턴 내에서도 자가 주택 소유율이 가장 낮고, 공공 공간도 부족한 지역이다. 태스크포스 멤버 팀 맥헤일(Tim McHale)은 “하버드는 기업·의료·연구 중심 개발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이웃을 위한 도시 환경 개선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거엔 긍정적인 협력 사례도 있었다. 2007년, 찰스뷰 아파트(Charlesview Apartments) 소유주와 하버드 간의 토지 교환은 지역사회와 학교 모두에게 윈윈이었다. 이후 10년간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생겨났고, 2021년에는 시애틀 스트리트(Seattle Street)에 저소득층 콘도미니엄 43세대용 부지를 기부하기도 했다. 올해에는 노스 하버드 스트리트(North Harvard Street)에 위치한 고령자 주택 49세대 매입 자금도 지원했다.

 

하버드 커뮤니티 및 정부 협력 담당 국장 마크 핸들리(Mark Handley)는 “이미 여러 건설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향후 대학원생 주택 건립 등은 지역 상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의 과제로는 프레이트 레일 창고 부지와 매사추세츠 턴파이크(Massachusetts Turnpike) 재정비가 남아 있다.

 

연방 예산 삭감과 면세 자격 유지 문제 등 외부 도전에 직면한 하버드에게, 지역과의 관계 개선은 단순한 개발을 넘어 공동체와의 상생을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태스크포스 멤버 바버라 파라미터(Barbara Parameter)는 “완벽하진 않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