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선이면 충분하다? 올스턴 고속도로 재건사업, '축소의 길'로 접어들다

by 보스톤살아 posted Apr 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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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스턴 고속도로 재건사업은 환경과 기후 정책, 공간 제약, 교통 수요 등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 매스도트의 12차선 고수 전략이 흔들리며, 보다 축소된 6차선 설계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보스턴대학교 인근 I-90 고속도로의 ‘쓰로트(throat)’ 구간에 위치한 노후 고가도로의 항공 사진. (사진 제공: MassDOT.)

 

 

 

 

 

6차선이면 충분하다?

올스턴 고속도로 재건사업, '축소의 길'로 접어들다

 

환경·재정·도시계획 문제 속에 흔들리는 매스도트의 12차선 고수 전략

 

 

 

 

 

 

보스턴 올스턴(Allston) 지역의 대규모 고속도로 재건사업이 점점 더 좁은 선택지로 내몰리고 있다. 매사추세츠 교통부(Massachusetts Department of Transportation, 이하 매스도트)가 10여 년 넘게 추진해온 ‘올스턴 멀티모달 프로젝트(Allston Multimodal Project)’는 기존의 12차선 고속도로를 유지하면서, 철도 선로와 찰스강(Charles River) 사이의 좁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거듭된 난관의 연속이었다.

 

2014년부터 매스도트와 이들의 엔지니어링 컨설턴트들은 이 지역의 복잡한 지형과 환경 규제를 고려해, 고속도로·철도·자전거 도로·보행로 등을 한데 집어넣는 다양한 설계안을 고안해왔다. 하지만 찰스강 한복판을 통과하는 도로 계획, MBTA 주요 철교 접근을 차단할 뻔한 구상, 수십억 달러 규모의 예산 문제 등으로 인해 설계는 수차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도로 재건을 넘어, 보스턴이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법적으로 설정한 교통 부문 온실가스 저감 목표와도 충돌한다. 이에 따라 “60년 된 고속도로를 과연 그대로 다시 지어야 하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매스도트가 끝까지 12차선 설계를 고수할 수 있을지는 점점 더 불확실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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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스턴 멀티모달 프로젝트에서 소폭의 차로 축소만으로도 훨씬 저렴하고, 시공이 쉬우며, 환경 친화적인 사업으로 전환될 수 있다. 노턴과 같은 전문가들은 차로 축소가 비용 절감, 교통 혼잡 완화, 그리고 환경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진 제공: 매스도트(MassDOT) 및 찰스강유역보전협회.

 

 

 

 

핵심 쟁점은 이른바 ‘쓰로트(the throat)’로 불리는 지형이다. 이 구간은 보스턴대학교(Boston University) 캠퍼스와 찰스강 사이의 극도로 좁은 공간으로, 매스도트는 현재 노후화된 고가도로(viaduct)를 철거하고 새로운 구조물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1960년대와 달리 이미 고속도로가 운영 중인 상태에서 공사를 진행해야 하고, 차량 통행 역시 중단할 수 없어 상황은 매우 복잡하다. 고가도로는 기술적·재정적으로 큰 부담이며, 강변 접근을 차단한다는 이유로 주민 반발도 거세다.

 

이러한 한계 속에서 최근에는 보다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안으로 ‘6차선 고속도로’ 방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뉴턴(Newton) 지역 주민이자 찰스강유역보전협회(Charles River Watershed Association) 전무인 에밀리 노턴(Emily Norton)은 “현재 올스턴을 지나는 I-90 고속도로는 수년째 6차선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시민들은 이에 큰 불편을 느끼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Streetsblog Massachusetts의 2025년 4월 16일 보도에 따르면, 노턴은 “매스도트가 8차선 재건 계획을 고수한다면, 그것은 사실상 확장 사업일 뿐”이라며, “새 통근열차역과 함께 고속도로를 넓히는 곳이 또 어디 있느냐”고 지적했다.

 

노턴은 또한 찰스강변의 솔저스필드 로드(Soldier's Field Road) 역시 차로 수를 줄이고 강변을 시민 공간으로 되돌리는 ‘로드 다이어트(road diet)’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 도로의 헤르터 파크(Herter Park) 인근 구간에서는 양방향 2차선으로 축소하는 계획이 이미 승인된 바 있다. 그녀는 이러한 도로 축소를 통해 수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찰스강변 녹지 공간을 확충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지난해 공개한 조감도를 통해 그 가능성을 시각적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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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스턴에 위치한 웨스트 스테이션(West Station) 북쪽 지역의 로컬 거리 그리드에 대한 매스도트의 계획 비교. 컬러 이미지는 2022년 초안 환경영향보고서에서 가져온 것이며, 흑백 이미지는 매스도트의 2025년 3월 작업 그룹 발표에서 가져온 것이다.

 

 

 

한편 매스도트는 “6차선으로는 교통량을 감당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자문사 테트라텍(TetraTech)의 마이크 홀(Mike Hall)은 2024년 6월 회의에서 “현재 고속도로의 차로당 시간당 수용량은 약 1,760대, 전체 약 7,000대 수준”이라며, “3차선으로 줄이면 총 수용량이 약 5,300대로 감소한다. 그러나 향후 예측 교통량은 시속 6,400~7,300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실제 관측된 교통량보다 약 20%가량 과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Streetsblog Massachusetts가 2025년 1분기 동안 자동 톨게이트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I-90의 실제 시간당 통행량은 대부분 6,000대를 넘지 않았으며, 동행 방향에서는 96%, 서행 방향에서는 98%의 시간이 5,300대 이하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혼잡은 대부분 출퇴근 시간대, 즉 도시 진입 또는 진출 구간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이에 대해 주민 대표인 제시카 로버트슨(Jessica Robertson)은 한 회의에서 “차로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출구 병목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러한 확장 전제는 앰트랙(Amtrak)과 MBTA가 I-90 회랑에서 열차 운행을 확대하려는 계획과도 충돌한다. MBTA는 2026년까지 우스터(Worcester) 라인을 3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단일 열차당 최대 700명 이상의 수송 능력을 갖추고 있다.

 

아울러 매사추세츠주의 ‘기후 솔루션법(Global Warming Solutions Act)’과 주 정부의 장기 기후 계획은 개인 차량 통행량의 전반적 감축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매스도트의 교통량 증가 예측은 법적·정책적으로도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트라텍은 2024년 9월까지 매스도트로부터 약 440만 달러의 컨설팅 비용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러니하게도 매스도트는 동일 프로젝트의 다른 구간에서는 더 슬림한 도로 설계를 이미 채택하고 있다. 2025년 3월에 발표된 웨스트 스테이션(West Station) 주변 지역계획에서는, 당초 4~5차선으로 계획됐던 일부 도로가 2~3차선으로 축소된 최신 설계안이 공개되었다. 이는 매스도트가 적어도 일부 구간에서는 ‘저교통 미래(low-traffic future)’를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스턴 멀티모달 프로젝트’는 현재 또 다른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오는 2025년 4월 16일 오후, 조세핀 A. 피오렌티노 커뮤니티 센터(Josephine A. Fiorentino Community Center)에서 열릴 예정인 주민 협의체 회의에서는 보다 축소된 설계안과 녹지 확충 가능성이 주요 논의 주제가 될 전망이다. 과연 매스도트는 고속도로 중심의 시대를 넘어 철도와 시민 공간 중심의 도시계획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 올스턴의 미래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