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T 출신 카렌나 그로프와 그녀의 가족이 경비행기 추락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왼쪽부터 마이클 그로프 박사, 카렌나 그로프, 조이 사이니 박사, 제임스 산토로가 함께 찍힌 모습.
MIT 출신 카렌나 그로프 포함, 가족 6명 경비행기 추락사
뉴욕 코페이크서 유대교 명절 도중 참변
2025년 4월 12일 토요일 오후, 미국 뉴욕(Upstate New York) 코페이크(Copake) 인근 들판에 소형 경비행기 한 대가 추락해 탑승자 6명 전원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에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출신으로 전미대학체육협회(NCAA) ‘올해의 여성’에 선정된 카렌나 그로프(Karenna Groff, 25)가 포함되어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미 연방항공청(FAA)에 따르면, 사고 항공기는 쌍발 엔진의 미쓰비시 MU-2B 기종으로, 뉴욕주 화이트플레인스(White Plains)에 있는 웨스트체스터카운티공항(Westchester County Airport)에서 출발해 컬럼비아카운티공항(Columbia County Airport)으로 향하던 중 낮 12시 직후 코페이크의 한 농지에 추락했다. 이들은 유대교 명절인 유월절(Passover) 주말을 맞아 가족 모임에 참석하던 중이었다.
희생자 명단은 추락 후 하루가 지난 13일 밤, 그로프, 산토로, 두아르테 가족이 공동 성명을 통해 공식 확인했다. 사망자는 카렌나 그로프 외에도 그녀의 부모인 신경외과 전문의 마이클 그로프(Dr. Michael Groff)와 비뇨부인과 전문의 조이 사이니(Dr. Joy Saini), 오빠 재러드 그로프(Jared Groff)와 그의 동반자 알렉시아 쿠유타스 두아르테(Alexia Couyutas Duarte), 그리고 카렌나의 남자친구 제임스 산토로(James Santoro)다.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전미교통안전위원회(NTSB)는 확보한 영상 분석을 통해 추락 직전까지 항공기가 외형상 완전했으며, 고속 하강 후 충돌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고 직전 조종사는 저고도 경고를 받았으며 관제탑에서 수차례 교신을 시도했지만 응답이나 조난신호는 없었다고 NTSB는 밝혔다. 항공기는 추락 과정에서 건물이나 구조물과 충돌하지 않았으며, 콜럼비아카운티 경찰에 따르면 진흙탕으로 인해 현장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2023년 4월 3일, 카렌나 그로프는 보스턴 펜웨이 파크에서 첫 번째 시구를 했다. 그녀는 2022년 NCAA '올해의 여성'으로 선정되었다.
CBS 뉴스의 2025년 4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카렌나 그로프는 매사추세츠주 웨스턴(Weston)에서 자랐으며, MIT 여자축구팀에서 활약했다. 2022년 NCAA ‘올해의 여성’에 선정되었고, 같은 해 생물공학 학사 학위를, 이듬해 석사 학위를 받았다. 사고 당시에는 뉴욕대학교(NYU) 그로스만 의과대학(Grossman School of Medicine)에 재학 중이었다. NYU 측은 그녀를 “환자 치료에 대한 탁월한 역량과 헌신, 따뜻한 성품과 뛰어난 성취로 기억될 인물”이라고 추모했다.
그녀의 아버지 마이클 그로프는 신경외과 의사이자 “16세 때 아버지에게서 비행을 배운 이후 평생 비행에 매료된 경험 많은 파일럿”이었으며, 어머니 조이 사이니는 매사추세츠주 웰슬리(Wellesley)에서 ‘보스턴 골반 건강 센터(Boston Pelvic Health and Wellness)’를 설립한 골반외과 전문의였다.
카렌나의 남자친구 제임스 산토로는 뉴저지주 튜크스버리(Tewksbury) 출신으로 MIT를 졸업하고, 실버포인트 캐피털(Silver Point Capital)에서 투자 분석가로 일하고 있었다. 가족에 따르면 그는 이번 여름 카렌나에게 청혼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녀의 오빠 재러드 그로프는 2022년 스와스모어대학(Swarthmore College) 졸업 후 뉴욕의 법률사무소 DW 파트너스에서 파라리걸로 일하고 있었고, 동반자 알렉시아 쿠유타스 두아르테 역시 스와스모어 2023년 졸업생으로, 최근 하버드 로스쿨(Harvard Law School)에 합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들은 공동 성명에서 “이 여섯 명은 모두 총명하고 역동적이며 사랑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그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고인을 기렸다. 갑작스럽고 비극적인 사고는 학계와 의료계, 금융계, 법조계에서 각자의 길을 걸어가던 유망한 청년들과 가족을 앗아가며, 이들이 남긴 삶과 꿈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