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혁신의 속도전, "나노입자 대량생산 시대 열린다"

by 보스톤살아 posted Apr 07, 202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MIT-Particle-Manufacturing-01-pr.jpg

MIT 연구진인 폴라 해먼드(Paula Hammond), 아이반 피레스(Ivan Pires), 에즈라 고든(Ezra Gordon)은 암 치료제 및 기타 치료제를 표적 부위에 전달할 수 있는 특수 나노입자를 신속하게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암 치료 혁신의 속도전, "나노입자 대량생산 시대 열린다"

MIT 공학자들, 정밀 약물 전달 나노입자 대량 제조 기술 개발로 임상시험 상용화 한걸음 더

 

 

 

 

 

 

암세포에 직접 약물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기존 항암 치료의 부작용을 줄이는 나노입자(nanoparticle) 기술이 최근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MIT)의 연구진이 나노입자를 신속하고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제조 기술을 개발해, 암 치료의 임상 적용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는 소식이다.

 

MIT 뉴스의 2025년 4월 3일 보도에 따르면, MIT 공대의 폴라 해먼드(Paula Hammond) 석좌교수는 지난 10년 동안 연구실에서 다양한 치료용 약물을 고분자층으로 코팅한 나노입자 형태로 개발해왔다. 이들 나노입자는 암 조직에 직접 도달해 약물을 방출함으로써 정상 조직에 대한 손상을 줄이고 항암 효율은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해먼드 교수는 MIT 부총장이자 통합암연구소(Koch Institute for Integrative Cancer Research) 소속 연구자로서, 특히 난소암 치료에 있어 이 기술이 쥐 실험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문제는 대량 생산의 한계였다. 기존의 '층층이 쌓는(layer-by-layer)' 조립 방식은 각 고분자층을 나노입자 표면에 하나씩 입히고, 각 단계마다 원심분리로 불순물을 제거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과도하게 들었다. 이에 따라 임상에 필요한 수천 회 분량의 투여량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해먼드 교수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공정 장치를 고안했다. 바로 미세유체(microfluidic) 혼합 장치를 이용한 방식이다. 이 장치는 나노입자가 흐르는 미세 채널을 따라 연속적으로 고분자층을 입히는 구조로, 각 층마다 필요한 정확한 양의 고분자를 주입할 수 있어 별도의 정제 과정 없이도 고순도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약 15밀리그램, 즉 약 50회 분량의 나노입자를 단 몇 분 만에 생산할 수 있게 됐으며, 이는 기존 방식보다 속도를 거의 10배 향상시킨 것이다.

 

이번 연구는 MIT 연구원 아이반 피레스(Ivan Pires, 박사 2024년 졸업)와 에즈라 고든(Ezra Gordon, 학사 2024년 졸업)이 주도했으며, 현재 피레스 박사는 브리검 여성병원(Brigham and Women’s Hospital)과 코크 연구소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또 다른 저자인 서혜경(Heikyung Suh) 연구기술자는 MIT에서 실험 제작을 지원했다.

 

특히 이번 연구의 중요성은 새로운 생산 방식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우수 제조 기준(GMP)을 충족한다는 점이다. GMP는 일정하고 안전한 품질의 제품 생산을 위한 규정으로,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임상시험과 상업화가 불가능하다. 연구에 사용된 미세유체 장치는 이미 mRNA 백신 생산에 활용되고 있어 상업화 가능성 또한 높다.

 

연구진은 새로운 기술을 입증하기 위해 인터루킨-12(IL-12)라는 면역 단백질을 탑재한 나노입자를 제작해 실험을 진행했다. 기존 방식과 동일한 수준의 성능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암세포 표면에 부착되면서도 세포 내부로 침투하지 않아 국소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특이한 작용 기전을 보였다. 마우스 난소암 모델에서는 종양 성장을 억제하고 일부에서는 완치 효과까지 나타났다.

 

해먼드 교수팀은 이번 기술에 대해 특허를 출원했으며, MIT의 데시판데 기술혁신센터(Deshpande Center for Technological Innovation)와 협력해 스핀오프 기업 설립도 추진 중이다. 당장은 난소암 등 복강 내 암에 집중하고 있으나, 향후에는 교모세포종(glioblastoma) 같은 뇌종양 치료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나노의학 마블센터(Marble Center for Nanomedicine), 데시판데 기술혁신센터, 미국 국립암연구소(National Cancer Institute)의 코크연구소 지원 프로그램의 후원을 받아 진행됐다. 이 기술이 실제 암 치료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